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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경유지/영화 리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5.05 결국은 사람이다: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2015)

The Salt of the Earth 
8.7
감독
빔 벤더스, 훌리아노 리베이로 살가도
출연
세바스치앙 살가두, 빔 벤더스, 훌리아노 리베이로 살가도
정보
드라마, 다큐멘터리 |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 110 분 |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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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현복의 추천으로 보게 된 다큐멘터리.

검색을 통해 영화 꼭지를 봤을 때는 나무를 심는 이야기가 언급된 터라,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생각났다(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추천도서목록으로 알게 된 작품이, 다시 조우하게 되니 낯설었다.)

 평론을 길게 쓰고 싶진 않다. 어차피 그저 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평을 쓰면서 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더 깊게 각인하기 위해서 쓰는 거니까. 전체공개로 해두는 건, 작품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나 궁금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몇 가지를 깨닫고 또 실천해야겠다고 느꼈다:

첫째, 역사를 배워야 한다.

 세바스티앙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는 얄팍하게 훑지 않는다. 한 곳에서 몇 년 이상 머무르며 그들과 동화되며 이를 생생하게 사진에 담아낸다. 사진 촬영 지역이 변하면서 연도도 함께 나오는데, 역사를 알고 있다면 각각의 사진에 더 잘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르완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고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쿠웨이트 지역 유전은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함이 커서 답답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정보를 조사해서 짧은 해갈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긴 흐름을 따라 '통찰'하고, 거기서 '혜안'을 낼 수 있는 높은 경지는 결국 역사 자체에 대한 공부와 고민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둘째, 세상은 넓다. 보고 돌아다녀야 한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게 무척 답답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세계를 좀 돌아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한다. 그래선진 몰라도 다큐를 보며 해외여행에 대한 자극을 받았다. 늘 정해진 틀, 정해진 경로, 정해진 생각을 비교적 충실히 따라오곤 했다. 초중고시절 큰 문제 없이 모범생으로 지내고, 20대가 된 지금도 꾸역꾸역 체제를 잘 따라가며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살고 있다.

 근데 그러고 싶지가 않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한국에서만 머무른단 말인가. 공무원, 아니면 대기업만을 대부분 바란다. 그렇게 열심히 살고 돈 많이 벌어서 남들에게 과시하고 잘먹고 잘살고 싶어한다. 나는 그런 그림, 잘 모르겠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인생의 사명을 더 확고히 하고, 이를 이루어가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가난하고 누추해도, 소박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질 때문에 다소간 불편하고, 가끔 마음이 힘들 때도 있겠지만.

 넓은 세상을 보면서 내 시야를 확장시키고 싶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넓은 세상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셋째, 결국 사람이다. 절망도 희망도.

 세바스티앙은 사회참여적 사진작가로 명성을 드높인다. 그가 세상에 고발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절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이야기가 나올 때 나도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인간의 악한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하지만 세바스티앙이 그의 가족과 함께 숲을 되살리는 작업을 시작하고, 그래서 복원이 된 모습을 보면서, 결국 절망도 희망도 사람에게 있음을 느꼈다.

 세상이 점점 악해지고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이런 세상에서도 계속해서 삶이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은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있고, 이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강렬한 바람이기 때문이다.

 자기자신만이 잘 먹고 잘 사는, '(나 혼자만을 위한)더 나은 세계'를 꿈꾼다면 전.중반부에 걸쳐 표현된 절망의 세계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지구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함께)더 나은 세계'를 꿈꾼다면, 어디에도 없다는 뜻의 유토피아가 실은 우리네 삶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놀랍게도 이 지구의 반은 여전히 천지가 창조되던 때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

 

 

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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