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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분간은 <Goodbye, grief>에 수록된 곡에 대한 리뷰를 쭉 적을 것 같다. 최종적으로는 앨범 전체에 대한 인상을 담게 되겠지?)

 


이카루스

아티스트
자우림
앨범명
Goodbye, grief.
발매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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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타오르는 줄 알았고
난 나의 젊은 날은 뜨거운 여름과 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울 줄 알았어.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소한 비밀 얘기 하나,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봐도
보이는 건, 보이는 건...

난 내가 어른이 되면 빛나는 별들과 같이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줄 알았고
난 나의 젊은 날은 뜨거운 열기로 꽉 찬
축제와 같이 벅차오를 줄 알았어.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숨을 죽인채로
멍하니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보자,
저 먼 곳까지, 세상 끝까지.
자, 힘차게 날개를 펴고 날아 보자,
하늘 끝까지, 태양 끝까지.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타오르는 줄 알았어…

 지난주에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 대한 리뷰를 적은 뒤, 이번엔 어떤 곡에 대해 적어볼지 고민했다. 어쨌든 마음에 쏙 들어야 쓸 맛이 나니까. 이리저리 재생목록을 돌리던 중, 첫 느낌부터 확 끌리는 또 하나의 곡을 발견했다. <이카루스>.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타오를 줄 알았고." 마치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피식 웃고 말았다. 가사를 띄워놓고 음악과 함께 살펴보니 더 가관이었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봐도 보이는 건 보이는 건" ...

 타이틀곡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이외에 뮤비가 있는 곡은 이 한 곡뿐이 없다. 그만큼 비중을 뒀다는 의미인데.. <스물 다섯~>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가사가 참 아련하게 다가왔다. 두 곡을 종합해서 듣고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니 '멜랑꼴리'한 느낌이다. 가슴 한 쪽을 묘하게 허전하게 만드는 느낌? 앨범 제목은 <슬픔이여 안녕>인데.. 그래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했다(이런 경우는 정말 드문데. 참 큰 마력을 지닌 곡과 구성이다. 정주행 이후의 감상에 대해서는 맨 마지막, 앨범 종합리뷰에 다 적어두기로 하자. 일단 여기서는 <이카루스>에 대한 감상만 담아두기로!).

 

 정주행 이후 차분하게 <이카루스>를 다시 들었는데, 또 피식 웃고 말았다. '잘 들을 걸.' 특히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아는데. 노래도 그렇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2절 또한 1절과 비슷한 구조로 시작한다. "난 내가 어른이 되면.. 반짝이는 줄 알았고.. 축제.. 벅차오를 줄 알았어.." 하지만 뒤이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무척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더 실어야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숨을 죽인채로 멍하니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보자. 저 먼 곳까지 세상 끝까지. 자 힘차게 날개를 펴고 날아보자

  하늘 끝까지 태양 끝까지."

 그 직후에 도입부("난 내가 스물이 되면..")반복. 무척 사랑스러운 구성이다.

 

 얼핏 들었을 때는 '사실 스물이 되고 보니 난 아무 것도 아니더라'에 대한 좌절감, 넋두리에서 끝나는 한풀이 노래라고 느낄 수 있다. 자세히 들으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노래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신화 속 이카루스는 추락사 하기 전에 새로 변하게 되어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그 영향으로 높이 않는 새가 되었다. 그러나 자우림의 <이카루스>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뒤에 다시 꿋꿋이 일어나 다음을 기약하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재도약을 꿈꾼다. 그것도 아주 힘차게. 패기롭게.

 1절과 2절 사이의 '라 라 라'하는 몽환적인 간주는, 기어이 비상하고 말겠다는 독한 의지를 되새기는 시간의 느낌이다. 날개를 바꿔 다는 것 같기도 하고.. 재정비.

 그런 이유로 맨 처음과 맨 마지막에 반복되는 "난 내가 스물이 되면.."은 탄식이나 주저앉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아니라,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마음을 독하게 먹는 청춘을 떠올리게 한다.

 

 참 맛있는 곡이다. 재밌는 곡이다. 노래는 끝까지 들을 것.. 그리고 좌절하지 말고 자리 툭툭 털고 일어날 것 등등.. 여러모로 참 좋은 메시지를 준다. <슬픔이여 안녕>의 다른 곡도 깊이 감상해보고 해부해야겠다. 각자 곡은 형식이 다르지만, '앨범'이라는 한 가족의 형태로 담겨 있으니 일맥상통하는 어떤 것이 있겠지? 내멋대로 리뷰를 쓰면서, 보컬 김윤아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겉으로 보기엔 엄하지만 속은 따뜻한 누나/언니의 충고처럼 들린다.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한 좋은 충고.

 

 "야,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몰라? 그러니까 주저앉아서 울지 말고 일어나. 뭐라도 해봐야 할 거 아냐."

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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