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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4.25 화장-1: 04.23 아침의 의문

#1 2012.04.23

 아침 일찍에 집 근처 가까운 곳을 갔다 올 일이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야 했지만, 사회적 격식을 차릴 필요가 적은 이른 시간과, 관계였기 때문에 옷을 지극히 편하게 입었다. 추리닝에 반팔, 그리고 남방. 다시 말하자면 가벼운 산책 차림이었다. 그 장소는 걸어가기엔 너무 멀어서, 지하철을 타고 오갔다.

 모임이 끝나고 집 근처의 역에서 내려서 나왔다. 출근시간이라 아파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반대방향으로 가고(오고)있었다. 나도 계속 걸었다. 그러던 중 어떤 여성이 눈에 띄었다. 큰 키, 빼쩍 마른 몸, 갈색 생머리, 도화지 화장, 그리고 멀리서도 느껴지는 약간의 허영. 오랜만에 보는 특이한 종족이라 흘끔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는데, 짧은 순간에 많은 메시지가 내게 넘어온 느낌이었다.

 

 '나, 이만큼 꾸몄다. 이 정도면 예쁘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다. 어. 왜 너는 그렇게 안 꾸미지? 왜 그러고 다녀? 부끄럽지 않나?'

 

 이런 시선이 지나가고, 집에 와서는 그 순간에 대해 '?'만이 남았다. 상징적인 행동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 시작한 점은,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였다. 그러면서 '화장'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떠올렸다.

 답변을 참고해서 그 여자를, 아니 그 여자가 시선 속에 담았을만한 생각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끝까지 물음표가 남았다. 예쁘다는 인상도 그다지 못 받았고, 외모가 빼어나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짓밟으려는 태도도 이해할 수 없었다.

 글쎄. 겉 껍데기는 꾸미기 나름인데. 동생이 공들여 화장하고 나간 날, 길거리에서 마주쳤는데 못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편하게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화장을 하고 나와서 설렌 적이 있었다. 그날 집에 들어가서는 다시 둘 다 평소처럼 대했다. 왜? 화장이 해제 된 뒤(동생은 화장을 지웠고, 친구는 카톡으로 대화했다.)였으니까. 눈속임. 남자나 여자나 시각이 주요한 감각이기 때문에, 외모와 화장은 어느 정도 눈속임이 아닐까.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늘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사람 됨됨이를 보려 한다.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그래. 외모에 천착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겠지, 하면서 넘어가지만, 그런 사람들이 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말할 수 있고 이 가사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외모를 기준으로 비교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됨됨이, 참된 속을 보고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껍데기로 자신을 드높이려는 그네들의 마음 속은 얼마나 드높아져 있을까. 항상 뻣뻣하게 목에 힘을 주고, 보여지기 위해 살아야 하는 속은.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혼자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지우고 난 뒤 드러난 자신의 진짜 얼굴을 봤을 때는, 무슨 기분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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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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