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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아티스트
자우림
앨범명
Goodbye, grief.
발매
2013.10.14
배경음악다운받기듣기

[가사]
어여쁜 내 님아,
내 받고픈 것은 금도 돈도 아니라오.
서러워 마소,
그 고운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오.
훠이 훠이 훠이

해사한 내 님아,
내 님 웃으라고 노래도 주고 꽃도 주리다.
다 지나가오,
그 고운 가슴에 슬픔일랑 묻지 마오.
훠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님아, 내 님아 꽃 같은 님아.
님아, 내 님아 해 같은 님아.

님아, 내 님아 꽃 같은 님아,
어디 멀리 가지 마오.
님아, 내 님아 해 같은 님아,
혼자 그리 가지 마오.

강에 가면 검은 물이, 산에 가면 어둠이
내 님을 데려 가려 하네,
훠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님아, 내 님아 꽃 같은 님아.
님아, 내 님아 해 같은 님아.


 

-처음에 재생목록에서 제목을 보았을 때 받은 인상: "님아? 나 초등학생 때 게임에서 자주 쓰던 말인데."

-다른 곡들에 비해 긴 전주. 도대체 무슨 노래이기에.

-마침내 시작된 노래. "어여쁜 내 님아 내 받고픈 것은 금도 돈도 아니라오. 서러워 마소..."

 

끝까지 다 듣고 몇 가지 곡이 떠올랐다. 하나, 이수영의 <휠릴리>. 둘, 민요 <아리랑>. 셋, 위치스 <떴다 그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생뚱맞은 조합이지만,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느낌을 받았다. 한 곡 한 곡 설명해보기로 하자.

 

 <휠릴리>에 담긴 정서가 이 곡이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직접 글을 쓰면서도 기분이 묘하지만, 그랬다. 음색이나 곡의 속도나 연주하는 데 쓰인 악기 등등은 다 다르지만, '정서'가 거의 같다고 생각했다. 이쯤에서 <휠릴리>의 일부를 보자.

휠릴리~ 여길 좀 보아요 휠릴리~ 내게로 걸어와요
휠릴리~ 왜 잘못 가나요 잘 봐요 그녀가 아니라… 나예요…

* 얼마나 불어야 아나요 얼마나 커야 그대가 듣나요
고단한 사랑은 한번도 쉰적이 없는데
언제나 날 알아 보나요 언제나 날 사랑하게 되나요
그대가 나라면 참 쉬운 일일텐데

 <님아>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님아 내 님아 꽃 같은 님아, 해 같은 님아.. 훠이 훠이 훠이.' 그리고 곡 전체를 통틀어서, 마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절절하게 매달리는 듯한 여러 대목들('내 님 웃으라고 노래도 주고 꽃도 주리다' '강에 가면 검은물이 산에 가면 어둠이 내 님을 데려가려 하네'). 보고 싶고 곁에서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건 두 곡 모두 마찬가지인 것이다. <휠릴리>가 좀 더 여성적으로, 다소곳하게, 어찌할 바 모르고 사랑을 노래하는 이미지일 뿐이지.

 이런 느낌의 연장선상에서 <아리랑>과 <떴다 그녀>를 떠올렸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아리랑의 가사를 되새겨보시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정말 진심으로 발병나기를 기원하는 저주의 노래가 아니라, 그만큼 내 님을 붙잡고 싶은 소망이 간절한 것임은 다들 잘 아실 것이다. 

 <아리랑>을 떠올리게 만든 요소가 더 있다면, 다소 예스러운 느낌이 나는 어미(아니라오, 하지 마오, 가지 마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연상인데, 곡을 듣고 있으면 왜 부채춤 같은 게 생각나는지. 내공 가득한 김윤아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꼭 판소리 창 하는 것처럼 구성지다.

 마지막으로 <떴다 그녀>. <떴다 그녀>는, 엄청 기다리고 바라고 쫓아다니던 그녀가 다시 내게로 왔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빠른 곡으로, 우악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듣다보면 한 번쯤 '피식' 웃을만한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좋아서 죽을 지경인 것이다. 그토록 사랑하고 바라던 그녀가 다시 내게 왔으니. 체면이고 뭐고 없다. 점잔 뺄 것도 없다. 그냥 좋아 죽는 것이다. 이리저리 뒹굴고 모양 빠지는 상황이 되어도 어쨌든 좋은 것이다. 왜? 그녀가 내게 왔으니까. <휠릴리>의 정서 + <떴다 그녀>의 정서가 반반쯤 어우러진 인상을 <님아>를 들으며 줄곧 받았다.

 

 웃프다. 미소 지어지는 동시에 가슴 한쪽이 조금 아프다. 현대판 아리랑이 아닐는지.

Posted by 비류
|

 (당분간은 <Goodbye, grief>에 수록된 곡에 대한 리뷰를 쭉 적을 것 같다. 최종적으로는 앨범 전체에 대한 인상을 담게 되겠지?)

 


이카루스

아티스트
자우림
앨범명
Goodbye, grief.
발매
2013.10.14
배경음악다운받기듣기

[가사]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타오르는 줄 알았고
난 나의 젊은 날은 뜨거운 여름과 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울 줄 알았어.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소한 비밀 얘기 하나,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봐도
보이는 건, 보이는 건...

난 내가 어른이 되면 빛나는 별들과 같이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줄 알았고
난 나의 젊은 날은 뜨거운 열기로 꽉 찬
축제와 같이 벅차오를 줄 알았어.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숨을 죽인채로
멍하니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보자,
저 먼 곳까지, 세상 끝까지.
자, 힘차게 날개를 펴고 날아 보자,
하늘 끝까지, 태양 끝까지.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타오르는 줄 알았어…

 지난주에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 대한 리뷰를 적은 뒤, 이번엔 어떤 곡에 대해 적어볼지 고민했다. 어쨌든 마음에 쏙 들어야 쓸 맛이 나니까. 이리저리 재생목록을 돌리던 중, 첫 느낌부터 확 끌리는 또 하나의 곡을 발견했다. <이카루스>.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타오를 줄 알았고." 마치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피식 웃고 말았다. 가사를 띄워놓고 음악과 함께 살펴보니 더 가관이었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봐도 보이는 건 보이는 건" ...

 타이틀곡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이외에 뮤비가 있는 곡은 이 한 곡뿐이 없다. 그만큼 비중을 뒀다는 의미인데.. <스물 다섯~>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가사가 참 아련하게 다가왔다. 두 곡을 종합해서 듣고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니 '멜랑꼴리'한 느낌이다. 가슴 한 쪽을 묘하게 허전하게 만드는 느낌? 앨범 제목은 <슬픔이여 안녕>인데.. 그래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했다(이런 경우는 정말 드문데. 참 큰 마력을 지닌 곡과 구성이다. 정주행 이후의 감상에 대해서는 맨 마지막, 앨범 종합리뷰에 다 적어두기로 하자. 일단 여기서는 <이카루스>에 대한 감상만 담아두기로!).

 

 정주행 이후 차분하게 <이카루스>를 다시 들었는데, 또 피식 웃고 말았다. '잘 들을 걸.' 특히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아는데. 노래도 그렇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2절 또한 1절과 비슷한 구조로 시작한다. "난 내가 어른이 되면.. 반짝이는 줄 알았고.. 축제.. 벅차오를 줄 알았어.." 하지만 뒤이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무척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더 실어야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숨을 죽인채로 멍하니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보자. 저 먼 곳까지 세상 끝까지. 자 힘차게 날개를 펴고 날아보자

  하늘 끝까지 태양 끝까지."

 그 직후에 도입부("난 내가 스물이 되면..")반복. 무척 사랑스러운 구성이다.

 

 얼핏 들었을 때는 '사실 스물이 되고 보니 난 아무 것도 아니더라'에 대한 좌절감, 넋두리에서 끝나는 한풀이 노래라고 느낄 수 있다. 자세히 들으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노래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신화 속 이카루스는 추락사 하기 전에 새로 변하게 되어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그 영향으로 높이 않는 새가 되었다. 그러나 자우림의 <이카루스>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뒤에 다시 꿋꿋이 일어나 다음을 기약하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재도약을 꿈꾼다. 그것도 아주 힘차게. 패기롭게.

 1절과 2절 사이의 '라 라 라'하는 몽환적인 간주는, 기어이 비상하고 말겠다는 독한 의지를 되새기는 시간의 느낌이다. 날개를 바꿔 다는 것 같기도 하고.. 재정비.

 그런 이유로 맨 처음과 맨 마지막에 반복되는 "난 내가 스물이 되면.."은 탄식이나 주저앉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아니라,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마음을 독하게 먹는 청춘을 떠올리게 한다.

 

 참 맛있는 곡이다. 재밌는 곡이다. 노래는 끝까지 들을 것.. 그리고 좌절하지 말고 자리 툭툭 털고 일어날 것 등등.. 여러모로 참 좋은 메시지를 준다. <슬픔이여 안녕>의 다른 곡도 깊이 감상해보고 해부해야겠다. 각자 곡은 형식이 다르지만, '앨범'이라는 한 가족의 형태로 담겨 있으니 일맥상통하는 어떤 것이 있겠지? 내멋대로 리뷰를 쓰면서, 보컬 김윤아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겉으로 보기엔 엄하지만 속은 따뜻한 누나/언니의 충고처럼 들린다.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한 좋은 충고.

 

 "야,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몰라? 그러니까 주저앉아서 울지 말고 일어나. 뭐라도 해봐야 할 거 아냐."

Posted by 비류
|

 


스물다섯, 스물하나

아티스트
자우림
앨범명
Goodbye, grief.
발매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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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 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 해.
부서지는 햇살 속에 너와 내가 있어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너의 목소리도 너의 눈동자도
애틋하던 너의 체온마저도
기억해내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데
흩어지는 널 붙잡을 수 없어.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우~
우~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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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에 맺힌 게 많아서 그런가, 호소력 짙게 부르짖는 대목이 있으면 어떤 노래든 확 이끌리곤 한다. 호소력 짙다는 건 물론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다. 듣고 끌리면 그게 호소력 있는 거지 뭐.

 

 작년에 길거리에서 듣고 꽂혀서 애타게 찾았었는데, 드디어 발견했다(그땐 자세한 가사도 모르고 그냥 아아아아아아 하는 대목만 인상 깊었다. '무언가 속에 응어리진 걸 분출하는 노래 같은데, 묘하게 끌리네.' 첫인상.). 무척 기쁘다. 그리고 그게 자우림 것이라서 더 기쁘다. '과연!'했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듣기에도 김윤아의 목소리는 내공이 있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제목 참 마음에 든다. 가사로 짐작해보았을 때 아마 남자 나이가 스물 다섯이고 여자가 스물 하나겠지. 하지만 딱히 연애관계를 생각하면서 이 노래에 젖어들어가는 게 아니다(그리고 실제로 많은 댓글들이 각자 자신의 스물 한 살, 스물 다섯을 추억하고 있었다.)스물 하나는 지났고, 아직 스물 다섯이 되지 않았지만, 나는 중고등학생 때를 추억하고 있다. 열 다섯과 열 아홉을. 내가 가진 꿈을 사랑하고, 그리고 그것을 위해 미친듯이 달렸던 시절.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시절. 그때, 문청시절.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난 아직 이십대 초반. 앞날은 창창하건만 어째서 이렇게 씁쓸한 마음이 드는지. 꿈의 횃불을 한 번 불태웠다가 다시 몸을 추스르고 있기 때문일까? 이제는 내 욕심 따라 살기보다는 하나님이 내 삶을 통해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탐색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게 빛났던 그 시절의 아름다움이 때때로 묵직한 미소를 짓게 한다. 왜냐하면 상처로 얼룩진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상처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기억이기 때문에.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난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한다. 특히 못다한 꿈에 대한 좌절감을 직격으로 마주하게 된 스무 살 스물 한 살 때는 유별나게 더 좋아했다. 친구들의 영향이 컸지만, 어쨌든 가서 목청껏, 목놓아서 속의 한을 소리로 질렀다. 노래를 빌어서(그거 아는지? 상처가 많은 사람들은 큰 소리를 지르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목마른가보다. 계속 소리를 질러야 하나보다. 이 노래를 듣자마자 절친에게 카톡을 했다. 노래방 가서 부르고 싶다고. 가게 되면 남키로 맞추고 열심히 감정을 실어야지. 삑사리 범벅이 될지언정.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지난 꿈에 대한 속풀이 시원하게 하고, 주어진 현재와 미래에 충실한 삶을 또한 살자!!

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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