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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크리스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4.20 안티크리스천이었던 '변절자'의 이야기

 티스토리 메인에 보니 '예수덕후의 7가지 특징'이란 글이 올라와있었다. 인터넷 하다보면 어느 순간 안티크리스천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게 습관적인 일이었기 때문에(그만큼 반기독교 정서가 널리 퍼져 있다는 거라고 생각한다.)또 무슨 이야기를 하나 클릭해보았다. 글은 아니고 네이트 덧글을 캡쳐해서 올려놓은 게시물이었는데, 읽으면서 그냥 끄덕끄덕 했다. 나도 고3 전까지는 저러고 있었으니.

 공개글로 적을 것이기 때문에 혹시 이 글의 독자가 있다면, 위 문단을 읽고서 '어휴.. 결국 개독 종자군 쯧쯧'하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맞다. 나는 크리스천이다. 당신네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예수 믿으세요'를 주변에 이야기하고, 뻥튀기 판타지라고 이야기하는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벌써 창을 닫았거나, 신나게 욕할 마음으로 손가락을 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도 예전엔 열심히 비방하고, 안 믿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키보드로 신나게 공격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시라.

 

 '교회'라는 곳에 처음 나가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의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과 같이 나가기 시작했고, 교회라는 곳이 좋았기 때문에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거의 습관적으로 나갔다. 중2 하반기에 하나님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고1때부터는 신앙심도 없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좋은 말씀' 들으러 나갔다. 고1 가을부터는 그마저도 하지 않게 되었다. 당시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접하려고 했고, 그래서 종교, 신화, 전설등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이에 대한 해석 및 연구자료도 많이 읽었다. 내게는 하나님이 그저 '인간이 의지할 것이 필요해서 만들어낸' 존재에 불과했다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부활은 '신화소'쯤으로 생각했다. 이미 이렇게 돌아서버린 상황에, 분쟁이나 다툼을 꺼리는 성격이 있어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 외치며 타종교에게 극단적인 태도도 무척 싫어했으니 내가 '안티 크리스천'이 된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부모님은 내게 교회 나가기를 계속 권하셨지만 극구 반대했고, 주변에서 친구들이 한 번 나가보자고 권해도 핀잔을 주며 거절했다.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자주 접하는 교회, 목회자들의 비리를 보며 '하나님은 그냥 신화'라는 생각이 더 견고해졌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교에서 '예수쟁이'로 유명한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 애는 첫날부터 정자세로 성경책을 읽고 있었다. 그 품새가 너무도 당당했다. '답 없는 종교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애가 초등학교 때와는 전혀 다르게 성품이 변한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겨 말을 걸었다. "나도 몇 년 전에는 하나님을 믿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니 장래희망이 선교사라고 하더라, 대체 네가 믿는 하나님이 있긴 하냐." 이렇게 묻자 대뜸 "그럼 기도해보자. 있나 없나는 기도해보면 알 거다."라고 해서, 그렇게 해볼 겸,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광신도'에 대해 탐구해볼 겸 해서 기도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신앙심이 없어서 형식적으로 기도하고, 기도가 다 끝나고 이야기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하나님을 떠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크리스천들에 대한 상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친구가 '건강한 공동체를 소개해주겠다'고 해서 라이즈업을 알려주었고, 제자훈련에 참석하기 전에 우선 집 근처에서 하는 정기집회에 참여했다. 흔한 찬양집회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어서 솔직히 무서웠다. 무늬만 크리스천일 때 장로교 교회만 다녔기에 통성기도도 신기했는데 여기저기서 '방언'을 터뜨리니 '혹시 사이비는 아닌가..' 생각했다.

 광신적인 모습을 보고 질려서 기도모임도 드문드문 참석하고, 제자훈련 참석 권유를 거절하기도 여러 번. 크리스마스 저녁 때 예배 없이 조촐한 파티를 한다고 해서 따라갔다. 선물교환, 식사, 간단한 교제 등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이 왜 예배때만 되면 그렇게 변하나..?'하는 의문을 품고, 고3 첫주부터 제자훈련에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다행이었던 게, 당시 나를 맡은 분이 참 신실하고 따뜻한 분이었다. 그래서 크리스천들에게 받은 상처가 점차 아물기 시작했다. 그 위에 말씀이 심어지니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한 가지 더 감사한 일이 있다. 지부장이신 조휘용 목사님 설교를 듣고 있으면 폭넓은 지식과 세상을 읽는 깊은 통찰력에 감탄하곤 했다. 게다가 조휘용목사님 본인이 하나님을 전혀 안 믿었던 분이니, 그분의 간증을 듣고 나서 '하나님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3월부터 부모님 몰래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공부도피수단인 줄 아셨던 부모님과 잦은 마찰이 있었다. 그래도 꾸준히 신앙생활을 했고, 수능 이후에도 지속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확신의 뿌리가 옅은 상태여서 위태로운 시기였다. 때마침 전국 모든 지부가 모이는 사역자수련회가 열려, 참석했다. 둘째날, 저녁 예배 때 기도 중에 방언이 터지고, 압도적으로 내 속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했다. 그 뒤로 나는 '하나님은 살아계시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졌으며, 지금은 주변 혹은 노방전도하다 만나는 안티크리스천들에게 내 간증을 섞어 복음을 전하고, 그들이 가지는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가끔 복음을 다 들은 뒤, 논쟁을 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최선을 다하지만 이성이나 논리로 하나님을 설명해 안티크리스천들을 '설득'하기엔 내 지식이 짧다. 세계의 석학들도 명쾌히 해내지 못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만 간증이 그들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통로라 생각한다.

 안티크리스천이었던 내가, 지금은 하나님을 떠나 살 수 없다고 고백하고, 그렇게 싫어하던 노방전도를 하고 있다는 것. 이 자체가 기적 아닐까.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독자님이 하나님을 믿든 안 믿든,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이다. 그 사랑을 전하기 위해 크리스천들이 전도를 하는 것인데, 지나친 열심으로 공격적이 되고, 많은 오해를 사면서 본질이 퇴색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크리스천들이 자기네만 홀리하다고 하면서 더 싸가지 없고 못되게 사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사실 나도 똑바로 살진 못한다. 그러기가 보통 쉬운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매일매일 올바른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처절한 노력을 한다.

 

 친구들은 이렇게 변한 내 모습을 보고 '내가 보기엔 넌 그냥 종교에 홀린 것/빠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끝까지 믿지 않는다. 안 믿는다는데 어쩌랴. 강요하지 않고, 그냥 가끔 이야기만 꺼내고 만다. 싫어하면 안 하고. 앞서 말했지만 내가 극단적 전도행위를 싫어했기 때문에. 내가 무슨 설을 풀어놔도 안티들 눈에는 다 '똑같은 종족'으로 보이겠지만, 한때 안티크리스천이었다는 점에서 당신들에게 조금 더 설득력 있을 수는 없을까?

 

 제아무리 과학적으로 완벽한 설명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결국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끝까지 믿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변절자'의 삶이 나에겐 더 축복되고 기쁘다고.

(아마 이 문장을 보고 끝까지 '쯧쯧.. 종교에 홀리면 사람이 망가진다니까.'라고 하겠지만.)

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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