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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One More Time'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5.31 최근에서야 좀 이해하게 된 <Baby one more time>(Britney Spears)

 

 요즘은 돌아다니는 업무 대신, 사무실에서 서류확인 업무를 보고 있다. 돌아다니는 일은, 몸을 쓰고, 가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라서 피곤한 일로 생각했다. 위안인 게 있었다면 할당량을 다 채우고 남는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하루종일 서류작업을 하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서류작업이 더 피곤하다. 서류대조/입력을 계속 하는 것도 이런데, 문서를 만들고, 보내고, 처리하는 건 얼마나 피곤할까? 확실히 직업은 적성과 흥미를 좀 더 우선해서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류작업을 반복하면서 지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생각'을 하기 위해 음악을 듣곤 한다. 동생과 함께 쓰던 멜론 아이디가 해제 되는 바람에, 전적으로 유투브에 의존하고 있다.

 내 구구절절한 사연은 여기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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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 <Baby one more time>을 처음 들은 건 초등학교 때였다. 당시 나는 케이블TV로 만화채널 '투니버스'를 보는 게 생활이었다. 학원도 그리 많이 다니지 않아서 하루종일 본 적도 있었다. 그 중에 '그 남자 그 여자'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본방은 심야시간대라 보질 못하고, 뮤직비디오(?)처럼 짤막하게 나오는 것을 보았다.

 뮤비 시작부터 끝까지 배경음으로 깔린 게 바로 이 곡이었다. 초등학생이라 영어는 이제 겨우 시작단계여서 뜻을 몰랐다. 그러나 리듬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좀 더 자라고, 가사의 뜻을 해석할 수 있게 된 시점에는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걸 경험하고 있긴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설익은 감정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깊이있질 못했다.

 그리고 20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삶을 살아가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길 듣고, 남들이 연애하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있는 이때가 돼서야 <Baby one more time>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최근에 어떤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 둘이 있다. 하나는 남자고, 하나는 여자다. 그리고 어느 날 둘은 사귀기 시작했다. 몇 년을 사귀던 그들은, 깨졌다. 깨지기 전에 여자가 정말 많이 힘들어했고, 남자는 여자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참다참다 폭발해서, 양쪽 모두 헤어지는 데 동의했다.

 그 뒤, 몇 번 둘을 따로따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어쩌다 연애사가 나오면 묵묵히 듣기만 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잘해주지 못한 데에 후회가 컸고, 여자는 남자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힘들어했다. 여자는 그와 마주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그래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여자쪽의 솔직한 속내를 듣게 되었다.

 자기는 지금, 그 남자가 자기 곁에 없어서 너무 외롭고 힘들고 괴롭다고.

 다시 돌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중간에서 늘 둘의 연애를 지지하고 응원해줬던 나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이 스토리뷰(필자가 멋대로 만든 용어. Story+Review='Storyview')를 적으면서도 <Baby one more time>을 듣고 있다. 가사를 찬찬히 생각하면서 들으면 두 사람이 생각난다. 특히 여자쪽이. 그녀가 토로했던 속마음과 이를 겹쳐 들으면, 이 가사의 고백이 얼마나 처절한 건지, 내가 남자임에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스무 살 때 읽었던 에세이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 속에)들어가려 하고, 여자는 조금씩 자리를 내준다.'

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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