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원곡가수 조성모.
원곡이 나왔을 때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아마 2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이었다. 그런데도 <아시나요>나 <다짐> 이 두 곡에 대한 인상은 뚜렷하게 남아있다(전자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때문이고, 후자는 라이브 방송에서 조성모가 입고 있던 특이한 의상 때문이다.). <아시나요> 뮤비 마지막 부분에 조성모가 소녀를 끌어안고 괴롭게 울부짖는 장면이 기억에 확 박혔다. 스토리도 가사도 잘 알지 못하고, 다만 그것만이 남았다. '무슨 일이지?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울부짖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덕에 멜로디도 귀에 익어, 가끔 노래방에서 부르곤 했다. 키를 낮춰서 간신히(웃음).
최근, 더 원이 <아시나요>를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아>덕에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가수라, 버스 안에서 친구와 함께 들었다. 경연 당시 동영상으로. 다 듣고서 받은 인상은, '잘 부른다'와 '기본 곡에 완전히 자기 색깔 입혀서 변형시켰네'였다. 특히 후반부의 독백은 '실험적인 편곡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절한 감정을 더 끌어내기 위한 장치라는 느낌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 곡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가수 되는 것도, 제대로 술 한잔도 기울여보지 못하고 먼저 가신 아버지께 바친다는 것. 그러고 나서 전체를 들으니 가슴이 저려왔다. 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독백 부분은 도리어 눈물샘을 가장 강하게 자극했다.
"들리,십니까? 제 목소리가. 소리칩니다. 제 목소리가, 하늘에! 닿을 때까지~예~"
"아시나요, 들리나요, 내 말들이~ 가슴 속에 맺힌 수많은 말이~"
돌아가신 아버지께 바친다는 이야기를 배제해도, 가슴 속에 맺힌 게 많은 나는 '가슴 속에 맺힌 수많은 말이~'라는 부분이 그렇게 공감되고 아플 수가 없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말, 솔직하지 못했던 말, 꺼냈다가 애써 돌려서 숨겨야만 했던 말.. 잊었으면 좋겠는데 문득문득 떠오른다. 나 같으면 벌써 눈물 펑펑 흘려버렸을 텐데. 감정 절제하는 것 보면서 '가수는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한바탕 아파하고 나서 또 감상하니, 가사가 참 좋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서정적인 감정에 젖어 노래로 풀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들어야겠다. 바라기는, '가슴 속에 맺힌 수많은 말이'라는 대목에서 더 이상 마음이 저릿하거나 힘들지 않을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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