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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들이 그리 아둥바둥 열심히 사는 이유는 안정감을 얻기 위함이다."
 아는 누나가 이렇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잠깐만 생각해도 바로 수긍할 수 있는 좋은 통찰이다.

#1-1
 청소년들이 집단 세뇌되어 향하고 있는 '성공'. 여러 의미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돈 많이 벌고,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왜? 먹고 살 걱정 없게. 성공하고 싶은 이유치곤 시시해서 더 물어봤다.
-그게 뭐가 좋은데? 
"인생을 즐길 수 있고, 스트레스 안 받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이외엔 딱히 답하지 못했다.
-행복이 좋을까 성공이 좋을까? 
 그런 질문은 처음 듣는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1-2
 오늘 나는 초저녁에 잠이 들어 새벽에 일어났다. 밖은 오싹할 정도로 고요하고, 번잡하던 도로엔 차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불이 켜져 있는 집은 한 동에 두 가구 정도. 다들 잠들어 있었다. 시간대가 비슷한 수 억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죽은 듯 자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바로 어제, 오늘을 준비하며 잠들었겠지.
 해가 뜨고 날이 서서히 밝아오면 거리에는 다시 사람이 가득 차고, 도로는 막히고, 소음은 미친 듯이 도시를 휘감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경쟁이 사방에 널려 있고, 하나하나 뛰어넘어야 할 역경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심지어 가질대로 다 가져서 여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사람들마저 무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이 악물고 살아간다.

#1-3
 아둥바둥 열심히 살아도 '사고'는 불시에 온다. 가벼운 것이라면 회복될 수 있지만, 심각한 사건은 회복될 수 없다. 하루아침에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고,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질 수도 있으며,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곁을 떠나버릴 수도 있다. 손에 쥐고 있는 것? 내일이면 없어질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삶이란 '사고'를 막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처절한 몸부림인 것 같다.

#1-4
 집 근처 길은 별 장애물 없이 뻥 뚫려 있다. 길도 잘 닦여 있어서 제대로 걷는다면 넘어질 위험도 없다.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걸으면 입구에 도착하는지도 감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날은, 집에 가다가 피곤해서 눈을 감고 그 길을 걸었다. 내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를 확인하고, 한 발 한 발 또박또박 내딛었다. 그런데 앞에 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음을 몇 초 전에 확인했는데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앞에는, 밑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생각하며 걸으면 됐다.

#1-5
 나는 예전에, 늘 불안함 속에 살았다. 집이 끼니 걱정할 정도로 가난하지도 않고, 공부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끊임없이 걱정했다. 이것저것 사소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늘 어깨가 뭉치고 아팠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내 속에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상을 창조하신 좋은 분이 나를, 그리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고 그분의 역사하심에 따라 역사가 흐른다는. 내 인생을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며, 그분 안에서 완성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안정감. 나는 내 삶 가운데 안정감을 느낀다.
 아직 믿음이 약해 내 안의 불안함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때론 믿음 때문에 남들보다 더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오직 신뢰함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한다. 처음부터 완성된 것은 없으니까. 성장하기 위해선 시간과 양분이 필요하다. 매우 느리지만 조금씩이라도 성장한다면, 어느 순간 일정 단계를 넘고, 넘고, 넘고.. 그래서 온전한 믿음에 가까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믿음을 그저 내 마음의 위안쯤으로 갖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올바른 가치'가 세워지는 데 가장 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이 분은, 하나님이다.
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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