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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동네는, 모여서 술 먹고 놀만한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신천. 늦오후부터 사람의 왕래가 늘기 시작하고, 저녁엔 본격적으로 무리지어 여럿이 다니기 시작하고, 10시 이후엔 '삐끼'들이 손님을 끌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택시를 붙잡고.. 유흥가. 홍등가다. 신천은 '흥청망청'이라든가 '낄낄낄'이라든가, 그런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친구들과 모이면 나도 이 거리로 오긴 하지만, 밥 먹고 이야기하고 가끔 노래방 가는 데 그칠 뿐(요즘 들어는 뜸해졌다.)딱히 '유흥'은 잘 모른다.

 

 며칠 전 저녁에 신천 거리를 지나는데, 한 주점 앞에서 MOT의 <카페인>이 큰 소리로 재생되고 있었다. 고3때, 생일선물로 받은 MOT 1집에 있던 곡이라 귀에 익숙했다. 한 5분쯤 되는 곡인데, 지나갈 때는 마침 내가 가장 흥미롭게 듣는 부분이 흘러나왔다.

 

...늘 깨어있고만 싶어

모든 중력을 다 거슬러

날 더 괴롭히고 싶어

더 많은 허전함을 허전함을 내게..

 <카페인>에 대해 '스페이스 공감'에 나온 한 줄 해설을 보니 "잠과 중력 등 스스로를 속박하는 것들을 떨쳐내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일상의 언어로 담백하게 표현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신천의 분위기와, 저 대목과, 해설..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비틀비틀, 2차 가자!, 헤헤헤, 낄낄낄, 이년아 저년아, 클럽 가실래요 싸게 해드릴게요 물 좋아요.. 번쩍번쩍, 휘황찬란, 흐느적흐느적, 우웩.우웩. 빵빵..

 

 밤새 깨어서 중력은 물론 시간도 거스르고 있는 사람들. 감당할 수 없는 술담배 그리고 약간의 환각제로 자기를 괴롭히고, 뒷길 모텔 어느 방 안에서 욕정 어린 몸짓을 나누며 뒤엉켜서,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그럴수록 더욱 깊어지는 허전함. 더 많은 허전함을 허전함을 내게.

 그리고 이는 모두, 속박하는 것들을.떨쳐내고자 하는 자유의지. <카페인>에 나오는 모든 고백(가사)은, 일상의 언어로.담백하게.이루어져 있다.

 

 아아 고거 참, 재밌네. 멋진 역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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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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