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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것저것 하느라 지쳤던 나는 의사에 폭 파묻혀 듣는둥 마는둥 귀만 열고 흘려보냈다-

 1. 박근혜씨가 '감동을 주는 인물' 1호를 선정했다는 내용.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분으로, 청각장애인을 고용하여 함께 일하고 처우 개선에 노력... 뒤이어 새누리당 이야기. 감동을 주는 인물을 찾고 있다는 소식. 바로 그 다음, 당 소속 의원의 열정적인 연설 일부가 육성 그대로 흘러나왔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감동이 있는...!(하략)"
 2. CJ그룹 이맹희 회장이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재산상속 소송을 걸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자기 몫으로 준 7000억대 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자기 명의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이를 최근 알았으며, 다른 증여주식도 확인되는대로 추가 소송을 걸겠다고 밝혔다.
 3. 어린이집 소속 원장 및 교사 1000여 명이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 국립어린이집에서 10년 일해도 월180만원. 추가근무에 대한 수당도 없음. 사립은 더 열악하다고 한다.
 4. 제주도의 불법 신종변태업소 적발. 1년 간 이용객 700여 명. 1차로 추린 상습이용자 45명 중 21명 공무원. 고위직 다수. 다른 지방에서 업무차 혹은 휴가차 온 공무원들도 포함되어 수사가 확대될 듯하다.
 지쳐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귀만 열고 있었는데도, 생각이 '꿈틀'했다.

 '감동'을 부르짖는 여당. '새 세상'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들이 표방한 건 '감동'.
 7000억짜리 재산 싸움을 벌이는, 우리와는 다른 종족인 재벌집.
 10년 일해도 월 180 받는 게 서러워서 거리로 뛰쳐나온 우리 이웃들.
 신종변태업소를 찾아 억눌린 성욕을 국민의 돈으로 풀어대는 '공정사회'를 표방한 정부의, 공직자들..

감동적이다.. 이 부조리극.
이 극본을 쓴 데에는 꼭 여당만 관여한 것도 아니고, 야당의 단독 작품도 아니다. 정치인들만의 스페셜 무대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영향력'에 따라 책임감의 경중이 다를 뿐..
우리 사회는 이미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감동은 싫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우리가 소원하는 진짜 감동이 뭔지 깨닫고, 하나하나 바꿔나갈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
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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