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책을 읽다가 지쳐 도서관(사실 '문고'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으로 향했다. 산뜻하고 읽기 쉽게 잘 쓴 저작이었지만, 예전부터 문학을 훨씬 선호했던 탓에, 목말랐다.
서가를 둘러보며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는데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이 늘어선 게 보였다. <프리즌 호텔>, <지하철>등등.. 그 중 <저녁놀 천사>를 골랐다. 서가에 있는 지로 작품은, 굳이 구분하자면 둘 중 하나였다. 유쾌하거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릿한 것이거나. <철도원>, <지하철>, <칼에 지다>를 읽었고 그때문에 지로를 좋아하게 된 나로서는, 유쾌한 작품은 선뜻 집어들기 망설여졌다.
단편소설집이라 호흡도 적당했고, 가슴을 적시는 좋은 이야기들도 많아 이번에도 만족스러웠다. 표제가 된 <저녁놀 천사>의 마지막 두 문단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그렇게 깊게 들어가지 않아서 '내용 전게는 이게 끝?'하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요동치게 하기엔 충분했다. <차표>는 '유년시절 헤어진 좋은 사람에 대한 추억'이란 소재 자체가 좋았다. 나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공감 되었다. <특별한 하루>는 제목과 반대되게 무덤덤하고 담담한 주인공과, 반전, 그리고 끝까지 조곤조곤한 마무리가 좋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호박>은 이해가 부족하여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언덕 위의 하얀집>은 온다 리쿠의 소설과 착각할 정도로 달콤한 동시에 오싹했다. <나무바다의 사람>은 윤동주님 작품 <자화상>을 떠오르게 했다. 시공간의 왜곡이든 환영이든, 내가 나를 만났다면? 어떤 느낌이고 그 뒤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등학교 때 국어학원 선생님이 '어느 작가의 역량을 보려면 그 사람의 단편소설을 보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말마따나 단편소설 여러 편을 보면 그 작가의 문체나 무게 등이 모자이크처럼 드러나곤 했다. 좋아하는 작가 중 이례적으로 단편집을 많이 읽은 지로지만, 동시에 읽을 때마다 실망시키지 않는다. 걸출한 작가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은 지로의 장편을 선택해보기로 할까..? 글 작성을 마치고 다시 문고에 갈 생각인데, 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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