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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얼마 전에 새로 산 책을 다 읽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관록이 묻어나는 책이라 그런지, 두께에 비해 단숨에 읽은 느낌이다. 출판정보 쪽까지 다 읽고 탁 덮은 뒤, 책장에 비집어 넣었다. 그러면서 서가를 눈으로 훑어봤다. 요새 청소년이고 성인이고 책을 안 읽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독서 애호가는 수없이 많다. 양질의 독서를 하는 고수들도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들은 것은 많은데, 심도 있게 훑으면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건성으로 읽는 것도 아닌데. 다만 직접 읽어보지 못한 고전이나 유명한 책이 많을 뿐이다(말은 항상 청산유수. 그나저나, 도서관이나 얼른 찾아봐야 할 텐데.)

 책장에 얌전히 혹은 어지럽게 배열된 책무리를 다시 훑었다. 대부분은 읽었지만, 사놓고 읽지도 않은 책도 조금 보이고(!), 읽다가 이런저런 핑계 대면서 다 못마친 책, 중도에 던져버린 책, 두번세번 읽고도 아직도 난해한 책, 지금 다시 읽어도 정말 재밌는/좋은 책 등등 그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책장을 조심스레 닫자 그네들은 유리장 너머에서 자기 위치를 지켰다. 영화를 보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문득 무슨 말인가 쓰고 싶어 또 '등산일지'를 적는다.

 

 나는 책은 그럭저럭 읽는다. 많이 읽지도, 그렇다고 적게 읽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읽을 땐 집중해서 열심히 읽는데,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 내용을 물어보면 대개 '잘 모른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방금 읽고 덮은 책도(좀 추상적인 내용이긴 했으나)요약해서 말해달라 하면 조금 막힌다. 독서코칭이라도 받아야 하나?

 세 번을 읽었는데도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있는 사회과학 서적, 한 번 읽고서 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작품, 볼때마다 새로운 작품.. 천차만별이다. 특히 거듭해서 읽어도 아무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건 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난 책을 읽을 당시엔 주로 주인공의 감정에 집중하고 이입해서 본다. 그리고 남는 것 또한 감정의 흐름이다. 내용을 뚜렷이 기억하는 책을 되짚어보면, '감정'이 스토리라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들이다. 이걸 강점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지?

 

 우와. 이 글은..글이 아니다. 그냥 독백이다. 내가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그래,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나. 두서없는 독백은 이 정도로 접어두고, 일단 근처의 도서관부터 찾아보자. 아직 읽고 싶은 책이 많다.

Posted by 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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