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무엇인가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서 '글쓰기'를 펼쳐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쓸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떠오르질 않는다. 한 편의 글을 엮어내고 싶은 마음만 있을 뿐이다. 오랜 시간, 하얀 화면에서 껌뻑이는 커서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달라지는 건 없다. 아깝다. 이 상태에서 글감이 확실했다면 또 하나의 글을 남기는 건데 말이다.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글쓰기 애매한 순간을 달래보려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Posted by 비류
|

 '편지'를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가 처음이다. 엄청 좋아하는 친구에게 '서프라이즈!'를 선사해줄 생각으로 시작했다. 거기에 맛들려서 약 2년을 열심히 썼다. 시간이 흐르며 대상도 그 친구 한 명에서, '친하고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부터 편지쓰기가 시들해졌다. 이런저런 사연들이 있지만 그걸 곱씹자니 마음만 아플 것 같고, 파고파고 들어가면 부정적인 요소만 잔뜩 드러날 것 같다. 하여튼 수그러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편지쓰는 것에 대해 무서움을 느꼈던 까닭이다. 무슨 무서움이냐면?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책장이나, 클리어파일을 뒤지다보면 가끔 쓰다만 편지나 써놓고 보내지 않은 편지들이 등장한다. 종이 위에 고정된 시간이 활자화되어 녹아있다. 대부분은 '그땐 이랬네.'나 '여전하네, 이런 부분은.' 같이 좋은 추억과 감정을 고양시키는 내용이지만, 어떤 편지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수신자가 당시엔 사이가 좋았다가 지금은 확 틀어진 친구라거나, 꼭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지만 시기를 놓쳐 말하기도 애매한 것이라거나.. 하는 것들.

 이것들을 보며 나는 내가 보냈던 수많은 편지와 내용들에 대해 되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를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현재는 그때와 정반대의 생각, 감정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다는 사실, 무엇보다 상대가 그 글을 보관하고 있으며 원하면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무서움을 느꼈다. 말에는 분명히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그 책임을 질 수 없는 경우가 편지글에선 꽤 치명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편지를 열심히 쓰던 시절, 나는 시간이 막대하게 걸려도 '상대에게 이만큼 시간을 할애한다는 건 좋은 일'로 생각하고 기쁘게 헌신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머뭇거리게 되고, 내용도 훨씬 보편적이게 되고, 짧아졌다. 위에서 말한 '변화의 가능성'과 '책임' 때문이다. 내용이 상당히 간결해졌다는 점에선 고무적이지만, 왜일까. 과도기라 그런지 요즘은 '편지쓰기' 행위 자체가 많이 혼란스럽다.

 

 이제 나는 편지에 '뿌리'를 담아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래야 세월 속에서 어떤 변주가 이루어지더라도 나의 편지가, 내용 대부분이 유효할 테니까.

Posted by 비류
|

 컴퓨터가 하도 삐걱거려서(하드웨어 문제+소프트웨어의 버벅거림), 중요 자료를 백업 드라이브에 모아놓고 포맷을 했다. 삼촌이 오셔서 Mt.Lion과 Win7을 선택해서 구동할 수 있는 기묘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가셨다. 덕분에(?)3개의 하드디스크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됐지만.

 개운한 마음으로 포맷, 재설치를 하고 재부팅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으니_백업 드라이브가 없어졌다. 하도 황당해서 재부팅을 4번 씩이나 해봤는데, 여전히 자료가 없었다. 잘못 포맷한 건가? 재설치한 뒤라 시스템 복구를 쓸 수도 없고.. 길게는 6년 된 자료도 있어 허탈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삼촌이 "디스크 하나를 바꿔갔다."고 증언해주셔서, 거기 있겠거니 하고 안심하고 있다. 백업 드라이브가 없으니 컴퓨터가 참 허전하다. 왜냐하면 거기엔 내가 평소에 듣는 음악부터 오래 전 쓴 토막글까지,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저장되어 있는 까닭이다. 습관적으로 즐기는 게임이나 즐겨찾기까지.

 

 '블로그가 있어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 포맷한 줄 알고 허탈해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그간 내가 썼던 모든 글이 날아가다니!'였다. 한때 작가를 꿈꾸며 열심히 적었던 쑥스러운 졸작들과, 토막글들, 미완의 글들... 그게 그냥 날아갔다는 생각에 아무 의욕도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블로그에 썼던 글은 오롯이 남아있으리란 생각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문학소년의 패기가 꺾인지는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내 삶의 활력소이다. 즐거움이다. 행복한 고민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글이라도, 한 편 한 편이 소중하다. 하드디스크 데이터 손실사고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요런 공간, 블로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글쓰는 비중을 더 늘려야겠다. 공개글은 여전히 꺼려지지만 말이다.

Posted by 비류
|